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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느끼긴 아까워 /출퇴근길의 핫 트랙

[Track7] 10억 광년의 신호 - 10억 광년의 고독을 깬 고백

by 희까츄 2016. 4. 27.

 

 

Fall to fly- (2016.04) | 이승환

 

 

 

" 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

그 추운 곳에 혼자 있지마 "

 

 

 

이승환은 신비주의 컨셉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TV에 그렇게 자주 얼굴을 비춰주는 가수가 아니었다.

오죽하면 당시 이소라와 이승환이 카메라 공포증이 있어서 카메라 앞에만 서면 쓰러진다느니 하는 루머가 있었을 정도.

이소라가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보란듯이 성공시키며 루머가 사라지긴 했지만.

 

예전과 다르게 승환옹이 점점 여기저기 얼굴을 비춰줘서 참 좋다. SNS도 나름 하시는듯 하고.

내가 이승환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기보단, 이승환을 알아주는 사람이 생겨나는게 참 뿌듯해서.

(아니, 근데 저 얼굴이 50대라니...동안 최강자;; 음악으로 돈벌어서 흑마법을 배우시는 듯ㅋㅋㅋㅋ)

은근히 내 나이 또래에 이승환을 잘 아는 사람이 없다ㅠㅠ

아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아~그 천일동아안↗ 그 가수?' 이렇게 기억하거나 혹은 신승훈과 헷갈리기 일쑤..

근 30여년을 지치지 않고 이렇게 꾸준히 활동하는 가수가 몇이나 있던가?

이제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존경 받을 때가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한다.

 

난 사실 이승환이란 사람의 음악과 가수에 대해 큰 감흥이 없었다.

이승환 열혈팬인 언니 덕에 어린 시절부터 이승환 관련 음반을 반강제로 듣고 자라다보니

그의 음악을 많이 알고는 있었지만 좋아한다고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구관이 명관이라 그런것일까, 아님 이제야 이승환의 감성을 이해한 나이가 된 것일까.

요즘 이승환의 노래 하나 하나가 너무 주옥같고 좋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곡실력이나, 시같은 가사나, 무서울 정도의 라이브 실력이나,

새삼 너무나 존경스럽고 멋있는거다.

 

이번에 공장장이 출하한 11번째 정규 앨범, 폴 투 플라이-후 의 첫 공개곡인

'10억 광년의 신호'를 소개해주고싶어 들고 왔다.

들을 때 마다 전율을 느끼고 싶어서, 혹여나 너무 자주 들으면 감흥이 없어질까봐 요즘 애지중지 아껴 듣는 노래!

 

처음 한 번 들었을 땐 약간 무섭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싶었는데

두 번째 부턴 매우 몰두해서 듣게 되던 곡.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천일동안' 등에서 들어왔던

이승환 특유의 웅장함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전자 신호처럼 표현한 도입부를 지나 섬세한 선율을 타고 흐르다 보면 압도적이고 거대한 폭포를 만나게 되는데,

이런 중후반부의 드라마틱한 전개는 이승환의 전매특허다.

너무나 이승환스러우면서도, 뻔하지 않은 이 짜임은 이승환의 내공을 온 몸으로 수긍하게 만든다.

 

가사 또한 한 문장, 한 단어가 너무나 정성스럽고 굉장히 시적이다.

거치적 거릴 것 없고 구구절절 하지 않지만

묵직하게 가슴을 짓누르는 표현들이 참 멋있다.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 그 추운 곳에 혼자 있지마' 라는 가사는

때마침 세월호 2주기와 곡 발표 시기가 엇비슷하게 겹치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곡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승환은 그런 의미로 만든 곡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밀고 끌어당기며 결코 가까워 지지 못하는

10억 광년의 고독한 거리를 뚫고

사랑과 용서를 고백하는 아름답고 노랫말.

 

대상이 가족이든, 옛 연인이든, 친구든, 동물이든.

이젠 만날 수 없는 누군가에게 용서를 받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는 마음의 빚이 아닐까.

그 마음을 참 잘 표현했다.

 

두 번 말하기 입아픈 이승환의 표현력과 가창력, 구성, 가사 등

혼자 듣긴 너무 아까운 곡.

같이 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