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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로 수다떨기

많이 지쳤다

by 희까츄 2021. 11. 25.

과거 내 블로그 포스팅들을 보니

참 활기차고 마음의 여유가 많았던 것 같아서

과거의 내가 부러워진다.

 

새삼 웃기다.

현재의 내가 부러워하는 그때의 나는 

또 그때 나름대로의 고통과 힘듦이 있었는데.

지나와서 생각하니 현재의 내가 가진 짐에 비하면 별거 아니었구나 싶은데

왜 그 아름다운 시절들을 온전히 더 즐기지 못했을까.

 

물고기를 키워보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각종 영화나 음악들을 느껴보고 곱씹으며 즐겼던,

그랬던 5년전의 나는 모두 사라졌다.

 


 

엄마 아빠가 번갈아가며 

누구나 상상하고 싶지 않을만한 질병을 앓으시면서 

결국 작년엔 폐암인 아빠가 먼저 하늘로 가셨다.

 

엄마는 아빠가 폐암 진단을 받기 전에 이미

목뼈가 골절되는 사고도 겪으시고, 그 뒤 치매 진단까지 받으셨다.

그리고 지금은 또 고관절 골절로 수술하신 상태.

 

하...........정말 4~5년간 병원을 내 집 드나들 듯 들락거렸다.

내가 아파서 간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엄마 아빠가 번갈아가며 다치시고, 아프시고, 항암하시고, 입원하시고, 수술하시고, 외래진료보시고,,

 

4년간 회사에서 주어지는 연차의 대부분은 나의 휴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님의 뒷바라지를 위해 썼다.

여름휴가라는 걸 가본적이 없다.

부모님 병원 스케줄이 곧 내 스케줄이었고 그 스케줄이 나의 4년을 채워버렸다.

 


 

휘몰아치는 절망과 슬픔과 부담감과 상실감 속에서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내가 웃어야 엄마도 웃으니까,

하루하루 숙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꾸역꾸역 소화시켜내며 살았다.

 

매일을 죽상으로 징징거리며 살 순 없으니

어찌저찌 웃으면서, 주변에서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모습으로 가면을 쓰며 지냈던 것도 같다.

그렇게 살다보니 내가 진짜 괜찮아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요즘들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실....나는 전혀 괜찮지 않고 오히려 더 곪아가고 있다.

 


 

아무래도 지나온 내 인생이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어디엔가라도 남겨두는게

내 마지막을 정리하는 나 스스로나, 그 어떤 타인에게 도움이 될 거같아 

시간이 될때마다 조금씩 글을 남겨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