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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느끼긴 아까워 /베스트 무비스

[두 번째 추천] 디스트릭트 9 - 불편함을 느껴야 할 영화

by 희까츄 2015. 12. 26.

 

디스트릭트 9(2009) | 감독 닐 블롬캠프 | 출연 샬토 코플리, 바네사 헤이우드

 

 

3년 뒤에 돌아오겠다. "

 

 

한 때 영화 티켓을 모아 수첩에 붙여두는 게 취미였던 적이 있다.

(지금은 디지털?모바일? 티켓이라 영화 티켓을 종이로 출력, 보관할 일이 잘 없더라ㅠㅠ)

본 순서대로 고이 모아놓은 티켓중에 가장 첫 영화표는2001년도에 개봉한 'A.I.' 영화 티켓이다.

어렴풋한 기억이긴 하지만 A.I. 영화에 큰 감명을 받고 그 때 부터 영화표를 모으기 시작한 듯.

SF영화는 내게 영화표 모으기를 시작하게 해 준 장르였다.

 

아닌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만, SF는 내가 완전 선호하는 장르이다.

좋아했던 만큼 많이본지라, 보통 SF 영화-특히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라하면

외계인에게 침략당한 인간들이 고난을 이겨내고 승리한다는 프레임이 어느정도 그려진다.

 

하지만 디스트릭트 9은 침략자와 수호자/피의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독특한 프레임을 만들었다.

감독 닐 블롬캠프는 여느 SF영화에서 말한 것과는 다른 것을 말하고자 했다.

 

 

 

욕망에서 비롯된 인간의 잔인함을 그려낸 영화가 이미 많긴 하지만

SF 장르에서 그것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아바타도 인간들이 가해자였긴 하지만 결국 '정의'와 '박애'를 실현하는 주체의 일부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의롭고 박애주의적인 인간은 출현하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제대로 된 인간이 한 명도 안나오는 영화는 처음이다.

(비커스도 결국 자신이 외계인임을 받아들이면서 태도가 바뀐 것이니 멀쩡한 '인간'이었다곤 할 수 없겠다)

 

'히어로'가 없는 현실세계를 영화 속에 그대로 그려내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아찔하다가도

우주선을 움직이는데 성공하는 장면을 보면서는 아, 이건 SF영화였지 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도 만든다.

리얼리티와 공상영화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들면서

현실 비판과 오락성의 두 마리 토끼를 정확하게 잡아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종차별, 성소수자, 이민자 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고

또한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한 채 곪아가고 있는 현 사회에

감독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그려낸 좋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또한 너무도 멀쩡했던 한 인간이 불가항력적으로 핍박을 받는 무리로 한순간에 전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와 시사하는 바를 다르게 해석할 순 있겠지만)

 

'외계인으로 변한 비커스처럼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이유없는 구타와 정신적 폭력을 당하는 왕따가 된다면?

그 나라 말을 할 줄 몰라 공장주에게 밀린 월급을 달란 소리도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된다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조차 손가락질 받아야하는 동성애자가 된다면?

혼자서는 방문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이 된다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에게 폭력을 당하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당신은 어떠한가.

혹시 저런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더더욱 당신은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함을 느껴야한다.

 

당신이 피해자가 아니라면 영화 속의 잔인한 인간들 처럼

'가해자'거나 '방관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느 누군가에겐 가해자이거나 방관자였을 수도 있음을 생각해보고 불편함을 느꼈길 바란다.

그 불편함이 우리 마음속의 최소한의 휴머니즘이니까.

 

내 별점 : ★★★★☆

 

 

 

 

 

 

 

그리고, 제발... 크리스토퍼야..우리 비커스 좀 구하러 돌아와주세요...

3년뒤에 돌아온다고 약속했잖아...지금 몇 년째니...

 

+후속작 제작 예정 없다고 함ㅠㅠ우리 비커스 우짜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